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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격정















오늘아침은 역시 따뜻했다. 아침에 비추는 태양은 어느때보다 눈이부셨고, 태형을 서글프게하기 충분한 날씨였다.  침대옆에서는 부스럭거리는 인기척이났고, 그는 인기척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불렀다.
"미르야" 작고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부르자, 곧 귀를 쫑긋하고는 몸을 일으켜다가오는 부드러운 오트밀색의 골든리트리버가 자신의 큰 몸을 그의 다리에 부비며 자신을 알렸다. 그 행동에 그가 웃으며 털을 한두어번 쓰다듬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익숙한 패턴으로 화장실을 가고, 주방에 들어서자 큰 리트리버는 그의 뒤를 졸졸 좆아다녔다. 모든 볼일을 마치고 역시 항상 앉던, 역시 모던느낌의 꽤 널찍한 쇼파 끝의 손잡이부분이 붙어있는 자리에  익숙하게 앉아 손에 쥐고있던 핸드폰을 들어 저장돼있는 유일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것이 언제나처럼 하루일과의 첫 시작이었다. 주인을 닮아 단조로운 통화음이 얼마가지않아 끊겼다



[아저씨]



역시 그는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예상했던 일인지 전혀 개의치않고 말을 이어갔다.



[아저씨 나 생일인데...]


[.....뭐]



이번엔 대답이 들려왔다. 뭐 마지못해 대답하듯 한박자 늦게대답이 들렸지만 괜찮았다. 사실 조금 서운하긴했다. 그래도 혼자인 나는 언제나 괜찮아야만 했다. 오늘은 왠지 솔직해지고싶었다. 다른 누구도아닌 아저씨에게만큼은 부푸는 욕심을 막을수가없었다. 이번에는 위로가 받고싶었다. 난 마음을 드러내는 정도만으로도 괜찮다고생각했는데 위로받고싶어졌다.



[나랑 놀아요 아저씨. 놀러가요]



밖에 나가고싶어졌다.



[너 혼자 놀러가면되잖아]


[나 혼자 못놀러가는거 알잖아요]




무뚝뚝하기는. 남자의 말에 태형이 툴툴 됐다.
남자는 곧 올것이다. 그는 확신 했고, 그 예상은 들어맞았다.




[....기다려]



역시. 그는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일어나 천천히 방으로 걸어갔다. 방안의 옷장을 열어 옷가지들을  더듬었다. 아마 이쯤일텐데. 자주입던옷이라 금방찾았다. 검은 진과 연한색의 니트를 꺼내입은 그는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거울앞에가서 아까 제대로 말리지못해서 부스스한것같은머리를 손으로 살짝살짝 정리하면서 남자를 기다렸다. 곧 현관키패드소리와 함께 덜컥거리며문이 열렸다. 그 소리에 머리정리하던 것을 멈추고, 거실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왔어요?가요"



나는 현관쪽으로 걸어가 바닥에있는 하얀 컨버스 신발을 찾아신고는 내가 신발을 신도록 살짝 떨어져있을 미르를 불렀다. "가자 미르야" 개의 목줄을채우고, 살짝 잡아끌어 문을 나섰다. 남자는 익숙하게 그 모습을 보고 마지막으로 나와 엘레베이터앞으로 걸어갔다. 엘레베이터안에서는 쫑알쫑알 쉴새없이 이야기하는 그와,그가하는말에 간간히 짧게 반응하는것 밖에 하지않는 남자의행동에서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남자라는것이 나타났다. 주차장에 나와 따뜻한 날씨에 만족하며 남자를불렀다.




"아저씨 지금 하늘에 구름 많아요?


"아니. 하나도없어"




남자의 담담한 목소리에 살짝웃었다. 분명 일기예보에서 오늘 구름잔뜩 껴있을거라했는데 다 뻥이었나봐. 그리고 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래도



"예쁘겠다"




그말을 내뱉는 그의 웃음은 서글퍼보였다.

태형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사고로 부모님이 즉사하시고 혼자 겨우 살았지만 그 사고로 신경을 건드려 목숨을 대가로 시각을 잃었다. 초반에는 흐릿하게나마 보였는데 천천히 시력이떨어지더니 결국엔 완전히 시야가 차단되어 볼수없게 되었다. 이렇게 돼버렸지만 일반사람들처럼 살고싶었다. 그래서 보이지않는 눈으로 비치지않는 거울을보고,텔레비젼을 봤다. 뭐라도 해야될것같았다. 그렇지않으면 이 어두운 세상이 무서웠다.
불과 몇년전 생일에는 이렇지 않았을텐데 기억이나지않았다. 보이지않는 눈이 내추억과 내생김새 모두를 갉아먹었다. 눈을뜨고싶었다. 그래서 병원에서 항상 뜨고있지만 뜨지않은 이눈의 시야가 틔였으면좋겠다고 항상빌었다. 하지만 이 어두운 세상은 나를 집어삼켰다. 절망하고 있을때쯤 나는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덕분에 난 걱정없이있을수있었고 나를 지탱해주었다. 아저씨는 내전부이자,내세상이었다. 물론 지금도.




"미르야 바다갈까?"




내말에 묵묵히 차문을열어 내가잘탈수있게 도와주고 정리해주는 아저씨의모습이보고싶어졌다. 한번만 곁에있는 이 온기를 보고싶었다. 바다가 보고싶었는데. 태형은 사소한것 하나조차 아쉬웠다. 바다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기억나지않았다. 이럴줄알았으면 옛날에 내 눈이 보였을때 많이봐둘껄. 볼수있었으면좋았을텐데. 내가 할수있는건 바다냄새를맡고, 파도소리를 듣는것밖 할수없었다. 아저씨가느껴졌다. 바다가생각났다. 아저씨는 바다같았다. 넓고시원하고 광활한 파란바다 들썩거리는 나의 세찬파도. 옆에있는 아저씨가 보고싶었다.










***









아저씨는 내앞에서 먼저 일을언급하거나 자신을 들어내지않았다. 나는 그에대해 불만도, 일말의 호기심도 드러낸적이없었다 옆에 있는것만으로도 고맙고 또 고마웠으니까.그런데 예기치도못한 상황에서 아저씨가 무슨일을 하는지 알게되었다.




"이새끼야?"



하얀 컨버스가 짓밟혀 더러워졌다. 웅성거리는 소음이 낯설게 귀를파고들었다. 귀가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소리가제대로 들리지않았다. 커컥- 누군지 보이지않는 물체의 발에 짓이겨지고 가늠할수없는 방향에서 거센폭력이 온몸으로 날라왔다.급하게 몸을웅크렸다. 숨을 쉴수없어졌다.



"이새끼만 건드면.............." "그렇겠지" "그새끼가 끼고도는......"




소리를 제대로 듣고싶어졌다. 시력을 잃은뒤 오늘처음 눈보다 귀가 더 답답해졌다.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상황을 제대로파악하지 못했지만 늘어난테이프를 재생시킨 것 마냥 똑같은말을반복했다. 아저씨가위험할지도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가원망스럽지 않았다. 그냥 아저씨가 걱정되고, 그 거칠고 따뜻한 손이 그리워졌을뿐이다. 허억-헉 한번 차오른 숨은 쉽게 진정되지 못했다. 살려주세요...아저씨를 살려주세요 제발요.

나는 이제야 인식할수있게되었다. 내감정을, 아저씨를 향한내마음은 동경, 고마움 그보다 벅찬 감정이었다. 나는 아저씨를 좋아한다. 이제야 귀가 제기능을하듯 선명하게 들려왔다.버텨야된다. 아저씨를 마주하고싶어졌다. 이윽고  멈춘것같은 폭력이 다시 시작되었다. 아까보다 무섭지않았다. 아저씨는 곧올것이다. 나의 지주는 어느풍파보다도 단단했고 굳셌기에 아저씨에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한참을 아무반항하지 못하고 가만히있었다. 더이상 버티는것도 한계인지 의식이조금씩 흐려졌다. 아득해지는정신을 붙잡으며 더이상 참을수없어 눈을 감을때쯤 어느순간 싸늘하게 조용해졌다. 일순간 공기조차 멈춘듯 고요함이 공간을 감쌌다. 아저씨의 느낌이 났다. 누구에게도 느껴보지못한 나만 느끼는, 나만아는아저씨의 느낌. 그 느낌에 공포에떨리던 몸이 눈에 띄게안정을 찾은것을 느꼈다. 감기려는 눈을 애써 천천히 떴다 그뒤로는 상상할수없는 소리가난무했다. 무엇인가 내몸에 덮어졌다. 아저씨의 체향이 머리부터 온몸을 덮듯이 맡아졌다.  보이지도않는 나를배려해주는 행동 그 사소한것조차 다정함이 묻어있었다.
중저음의 목소리도,나를 안정시켜주는 담담한 그 모습도 좋았다. 내 눈에서는 눈물이 끊이질 않았다.  꽤오래지났을까 상황이 다해결된듯 한차례 폭풍이 몰아치던자리는 드디어 고요해졌다.



"아저씨"




아저씨가나에게 다가오지않았다. 방금전의 급박했던 상황보다 아저씨가 다가오지읺는 상황이 더 애가타고 무서웠다. 어서 빨리 다가와 체온을 나누어주면 좋으련만 아저씨의 발자국소리가 들리지않았다. 아저씨 나실망안했어요 나 겁먹지않았어요


애처롭게 목소리가 울렸다.




"빨리와요제발"




드디어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진짜 아저씨였다. 보이지않아도 느껴지는체향이 가슴뛰게 만들었다.




"아저씨 사랑해요"




그리곤 울어버렸다. 그 뒤로 벅차오르는감정에 더이상 똑바로 말을꺼낼수가없었다.




"....태형아"




아저씨입에서 나오는 내 이름이 낯설었다. 아저씨의입에서 나오는 제이름에 마음이 울렁거렸다. 이제 정말 때가온것같았다. 마음을 고백을 조그만한 용기가 생겼다. 아저씨를만나 감정을 느낄수있게되었다. 지금까지는 감정을 느끼는것조차 버겁고 서툴러 표현하지못한감정이들이 부풀어 언제터질까 노심초사하는것도 이제는 끝이다 드디어 이 감정을 터뜨릴때가 왔다.




".....아저씨..눈..코...입....흐윽..,..아저씨 얼굴.... 다 보고싶어요... 이제 기억도 나지않는 내 얼굴보다...!! ...아저씨 얼굴이 더 보고싶어요"




손을 들어올려 아저씨의 얼굴을 더듬으면서 울음섞인 말을 내뱉었다.




"아저씨 손도.......아저씨가.........타고다니는 차도 보고싶고!!....아저씨에 대한거 사소한것까지 다보고싶은데!....흐으 이런 내가 나도 답답해요 내 눈이 보였으면좋겠어요"




울분섞인 목소리에 남자가 그의 검은 머리칼뒷통수에 손을 얹고 끌어당겨 품에 앉았다.




"얼굴도 모르면서 사랑한다고하는거 웃긴데... 나도 아저씨랑 바다도보고싶고 아저씨랑 영화도 보고싶은데 할수없어서...할수없어서......"




아저씨 손의 촉감은 거칠었지만 따뜻했다. 그리고 내 눈물을 닦아주는 아저씨의 손이 좋아서, 설레서 눈물이났다.

지친나를 구해줘요 아저씨.




"아저씨는..아니에요...?"




나는 욕심이많아서 아저씨랑하고싶은게 너무많아요 난 모든걸 아저씨랑 같이하고싶어요. 남자는 그의 물음에 지쳐 감겨서 떨리는 그의 눈꺼풀에 살짝입맞췄다.




"울지마"




다 끝났다. 내 마음을 드러내는것은. 아저씨가 좋아서 눈물이났다. 표현할수없이 벅차서 존재자체가 너무좋았다. 보고싶었다 아저씨의 얼굴이. 내가사랑하는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저씨의 표정이 어떤지 내가 아저씨를 볼때 무슨표정인지 누가 나를 비쳐줬으면좋겠다. 정말 이렇게 나는 간절한데 제발 지친 나좀 거두어줬으면좋겠어요 아저씨 내 부름이 들린다면 응답해줘요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




아이를 처음 볼때부터 뇌리에 박혀 잊을수가없었다. 참혹한 사고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되어 가는 수많은 사람들사이의  그 하얀인영을 잊을수가없었다. 그뒤로 병원이란 병원은 다찾아 그 아이를 찾았다. 그 하얗고 아직 애티를 제대로 벗기도 전에 혼자가 되어버린 여린 아이가 가여워 아이에게 손을 뻗는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내가되고싶었다. 아이는 항상 나에게 제가 보이지않는것을 묻곤했다. 난 그때마다 제대로 대답해줄수없었다. 티없이 깨끗한얼굴로 물어볼때마다 말문이 막혀 내 대답이 이 아이에게 영향이 갈까 두려워 먼저 말을 걸지못했다.

아이의 앞에서는 약한 욕지거리도 내뱉을수없었고, 내 일에 대해 언급하는것조차 피했다. 내 습관의 전부가 이 아이로 맞춰질정도로 아이 앞에서는 담담하고 깨끗한 모습만보여주고싶었다. 그리고 아이가 나이를먹어가도 내가볼때는 항상 위험하고 위태로워보여 사소한거조차 닿지않는 곳으로 치워놓고 그 해맑은 얼굴이 그리워 만날때마다 아이가 볼수없는것을 핑계로 아이가 하는모습 모두 놓치지않기위해서 뚫어져라쳐다보기도했다.

그리고 일기예보를 듣고 날씨를 물어볼때는 잔뜩 먹구름이 껴있을때도 차마 사실을 말하지못하고는 맑다고 밖에 할수없었다. 이렇게 습관 모두가 모두 아이에게 맞춰질 정도로 서서히 아이는 내 일상의 전부가되어가고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아이를 데리고온것 자체가 내 욕심이었다. 태형이와 나는 서로 다른세계에 살던사람이라 내가 아이를 품게되면 아이가 감당해야할것들이 많았다. 이처럼 위험해질일도 다반사인걸 누구고다 잘알기에. 그래서 더 아이에게 살갑게대하지 못했던것도있었다. 차라리 내감정을 드러내지않고 보호해야할정도로 소중한 아이기에 노출되지않게 조심했는데 어느샌가 아이가 내앞에서 울고있다. 애처롭게 나를 부르는 그 목소리가 너무 애잔해 정신이 아찔해졌다. 애타게 부르는게 나라는 사실이 믿을수없었다.

다가가야되는데 빨리다가가서  서럽게 울고있는아이를 달래줘야하는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않았다. 방금전 고통스럽게 떨고있는 아이의 몸이, 여기저기 상처가나있는 아이의 몸이 나를 책망하는것같았다. 결국아이가 더 큰울음을 터뜨리고나서야 천천히 다가갈수있었다.아이의 눈, 코,입이, 아이의 체향이 나를 휘감았다. 아이의 말을 뱉는입술이 마치 슬로우모션으로 선명하게 보이는것같았다. 아이의 안쓰러운 발악은 내 눈시울까지 붉히게하여 목소리를 제대로 다듬지 못하고 살짝 거칠은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태형아"




지금 내가 내뱉는 말이 제대로 뱉는걸까 정신이 없었다. 아이의 고백에 더이상 내감정을 숨기는건 무리였다. 너무많이 울어 빨갛게 부어오른 눈이 마음에걸려 마음을추스리지 못해서 자꾸 흘러내리는 아이의 눈물을 조심스레닦았다. 내 어린아이 평생지켜줘야할 내 아이가 힘들어하는게 싫었다. 내가 뭐라도해주고싶은데 할수있는게 없다는게 안타까웠다.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해서 책임질수있을까 이미 결정된 마음이 자꾸 갈등을 만든다.내입술은 아이의 눈꺼풀에 내려앉아 잔잔한 떨림을 만들어내고 마음이 그 떨림에 답을 내렸다.


내아이 내가 사랑하고있어.










***





안정된 공기가 모든상황을 차분히 만들어줬다.




"좋아요 아저씨가 옆에있어서"


"아저씨는요?"




정국은 서서히 그치는 눈물을 닦아주며 웃었다.



"눈부시다. 정말"


"...내가 너를 위해 너의 눈이될게 너는 그냥 가만히 나만 들으면 돼"



이정도면 대답이됐을까 그말에 아이가 보이진않지만 정확히 남자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의 눈은 진실하게 반짝였다.




"내 세상은 아저씨에요.만약 눈이 보인다면 아저씨 눈을 보고 말해주고싶어요 "




정국이 태형의 말에 장난스럽게 웃었다.




"무슨말할지알겠는데"


"뭔데요" 아이가 남자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남자가 아이를 끌어당겨 아까의 가벼운 입맞춤과는 다른 끈적하고 부드러운 키스를 했다.

그리곤 둘은 대답했고,




"사랑해요"
"사랑해요"



불어난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아이는 메마른 내게 빛같은존재였다. 나를 밝혀준 아이에게 이제는 내가 아이를 밝혀줄수만있다면 좋을텐데, 언제나 나를 밝혀주던 아이는 아직도 빛이나 눈부셨다.









***





만약내가 눈이 보였다면 우리는 달랐을까.
난행복했지만아쉬웠다. 여전히 아저씨의 얼굴이 보고싶었다. 지금 이순간 고백 전과 달라진게있다면 아저씨가 항상 옆에있다는 정도. 그날 이후 아저씨와 같이 살게됐다.아저씨가 너무좋아서 바라는것도 많았고 함께 하고싶은것도 많았다 이런 내 과한욕심이 힘들게하는게 아닌가, 부담이 되지않을까 행복하지만 완전히 행복할수 없는 내처지가 불쌍해졌다.  그래서 더 보여주고싶었다. 내사랑을 내사랑의 크기를 내사랑의 무게를 함께 나누어 지고가고싶었다. 나는 이렇게 간절했다. 모든것을 다 나누고싶었다. 아저씨가보는 시선을 같이 보면좋을텐데 하늘이 허락되지않았다. 그래서 내가할수있는일은 내세상을 공유하는일밖엔 없었다. 그래서 항상 자기전 침대에서 내속마음을 이야기하는게 습관이되었다.



"아저씨. 난 피아노치는게 내꿈이었어요"




태형의 목소리는 흔들림없이 담담했다. 정국은 아무말없이 그의 머리를 껴안았다.




"그냥 그렇다고요"




아저씨에겐 나에대한 뭐든 알려주고싶었다. 그게 무엇이든 관심있게 조용히 들어주는 아저씨가 정말좋았다.아저씨는 항상 부족한 나를 부족함없이 채워주려노력했다. 그래서 나는 후회되지않았다 세상보다 아저씨를택한 내선택이.











***





그날이후 우린 같이 살게되었다. 아저씨, 나를 칭하는 그 흔하디흔한 말이 특별하게들렸다. 그리고 우리의 상황은 변하지않았다. 여전히 아이는 제 장애를 아쉬워했고 나는 항상괜찮다고 그래도 좋다고 위로밖에 해줄수없는 그상황.난 아이의 눈이 불편하지 않았다. 아이는 나에게 헌신적이고싶어했고, 헌신적이었다. 아이의 미련을 덮어줄수없어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는 아이의 바램에 할수있는것이 없어 아무말없이 껴안았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항상 아이는 괜찮지않았다. 그냥 괜찮은척 일상생활을 연기하고있을뿐이었다. 무엇이든 해주고싶었다. 모든것을 감싸 안아주고싶었다. 내가 죽을때까지  품어갈 내아이었기때문에 마음이 쓰였다












***






아저씨가 나를 피하는것같다.




"아저씨 오늘 놀면 안돼요?"



태형이 정국의 손목을 잡고, 애교부리듯 그 손목을 흔들었다. 그러자 정국은 태형이 잡고있던 손을 살짝 푸르고는 두볼을 붙잡았다.



"미안. 요즘 바빠서"



금방 돌아올게. 남자는 그말을 남기고는 곧 자리를 떠났다.



"미르야 아저씨가 나 피하는건가?"




자기 밑에서앉아있는 리트리버는 내말에도 그저 제밑에서 나를 올려다보고있겠지. 그래 내가 너한테 무슨말을해 그치?






오늘일상은 똑같았다. 미르먹이챙겨주고,탁자위에있는 리모컨으로 텔레비젼을 틀어 보지도못하는 개그프로그램을보고 항상 다니던 똑같은 그 길로 주방에가서 물을마시고, 쇼파에 앉아서 미르의 털을 천천히 쓰다듬으면 남자를 기다렸다. 사실 텔레비젼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그소음은 귀에 들어오지않았다.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물었다.



"괜한 생각하지말자 김태형"








오늘도.
역시 아저씨는 바쁘다고 금새 나가 버렸다. 이쯤되면 정말 나를 피하는게 맞는것 같다. 괜히 불안한 마음에 애꿎은 미르만 세게 껴앉았다. 아저씨가 내게 마음이 식어 버린걸까 아저씨까지 떠나버리면 나는 남는게없었다. 어쩐지 슬퍼졌다. 이렇게어느덧 몇주일이 지났다. 나를피하는것같은데한결같은 아저씨의 행동은 나를무섭게만들기에충분했다. 언제내게 이별을고할까 가슴졸이며 쿨하게 보내주는 연습을했다. 사랑하지만내가아저씨를 잡는것은 염치없는일이니까. 일부러 담담해 지려고 노력했다. 내가 약한모습을보이면 아저씨가 죄책감을 가질게뻔했다 난아저씨가 나때문에불편해지는것은 상상도하기싫었다. 그래서 아저씨가 집을비우는 그시간에는 항상 태연한척 이별연습을했다. 태연해지려 노력했다. 아저씨앞에서 나는 당당하고싶었다 그래야 아저씨가 마음편히 이별을 고한다면 이 연습을 하지않을 이유가 없었다.  감정을 제어할수있는 제어장치가 있었으면좋겠다. 벌써부터 차오르려는 눈물을 막는것은 연습중 제일 곤욕이였다. 심호흡을 해도 진정되지않았다. 아저씨가 나를떠나행복하다면 걸림돌이 되기싫었다.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했다. 오늘은 평소처럼 일어나 아저씨를 배웅해줄 채비를 했다. 태형은 평소처럼 물었다.




"오늘은언제나가요?"




태형의물음에 정국은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듯 가라앉은 잠긴목소리로대답했다.




"오늘은 안나가. 왜 뭐하고싶은거있어?"




다정한 그말에 나는 직감했다. 아마오늘이겠지 오늘일 것이다. 잔뜩 긴장해버렸다. 그래도 마지막날을 이렇게 보낼순없었다. 그래서 대답했다.




"바다.바다가 보고싶어요"




다시 바다를 가고싶었다.  그말에 정국은 가볍게 긍정을 표하고는 욕실에들어갔다. 욕실로 들어가는 문소리와 끊긴 발자국소리에 남자의 뒷모습쪽을 바라보던 태형은 천천히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발걸음은 남자의 발걸음과는 달리 무겁고 우울했다. 가는 차안에서는 여전히 조잘되는 태형과 가만히 듣고있는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항상 똑같은 상황이지만 남자는 예민했다. "태형아" 갑작스러운 남자의 부름에 그의얼굴에는 잠시 당황한기색이 비쳐졌다.



"네?"



목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




"무슨일있어?"




정국은 눈치가 빨랐다 미묘한분위기를 단숨에 알아차렸다. 당황한티를 내면 안될것같았다. 일은 무슨 아무일도없어요.  태형은 얼버무리며 남자의 물음에 대답했다. 정국의 물음에 눈물이 날것 같았다. 아저씨의 얼굴을 볼수없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아저씨의 얼굴이 보였다면 나는 이미 참을수없이 많은 눈물로 얼굴이 뒤덮혀있겠지. 생각만으로도 우스워졌다.








***






바다에서의 공기는 차갑고 시원했다. 걸을 때마다 빠지는발은 무거운 그의 마음을 대변해주는것 같았다. 그래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않았다 그래도 용기를 냈다. 먼저 물어보고싶었다.



"아저씨. 이제 내가 싫어요?"




용기내서말했는데 아저씨는 대답이 없었다.








아이는 오늘 이상했다. 뭔가 정의할수는 없지만 똑같은데,달라진건없는데 아이의 모습이 어색했다. 씨발. 아 이느낌을 알수 없었다. 그냥 이상했다. 아이에 관한것은 모든것을 안다고생각했는데 오늘 아이의모습은 지금까지 보지못한 새로운 흔들림이었다. 짧게 욕지거리 튀어 나왔다. 투명하게 보였던 아이가 불투명해지는 기분이랄까 마음이 불편해졌다. 여느때와 같이 쫑알거리는 아이의 목소리에도 이상한 느낌을 지울수없었다. 이 상태로는 아이의 말을 집중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 아이를 불렀다. 아이는 내 물음에 대수롭지않게 대답했고, 내 느낌은 아이의 대답을 들은후에도 똑같았다. 큰일이 아니었으면좋겠다. 바닷가 모래를 걷는 아이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아이의 표정이 이상했다. 아이도 내가 가지고있는 느낌을 느낀건가 아이를 부르려 마음먹었다. 아이를 부르려는순간 아이가 한박자 빠르게 물었다.



"아저씨. 이제 내가싫어요?"




아. 말이 나오질않았다. 당황스러웠다. 아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거지.내가 무슨틈을 준게아닐까 걱정이됐다. 아이의 물음에 대답을해야하는데 당황한 입이 말을 듣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줘도돼요 내가 싫어진거면...."


"그만. 태형아 그만"




이어서 나오는 아이의 말을끊어버렸다. 아이는 잘못한것도 없으면서 자책을하고 있었겠지. 아이는 그런 아이였다. 더 이상 아이가 하는말에 듣기만 할수 없었다.




"왜 그런생각을해"



꽤 낮게목소리가 나가버렸다.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된 사고를 할수없었다. 아이의 모습은 한껏 움츠려있었다. 나는 움츠려든 아이의 어깨를 피고는 껴안았다. 쓸데없는걸로 한참을 고민했겠지 마음고생했을 아이를 위로해줬다.




"어쩌다가 그런생각을한거야 응?" 아이의 등을쓰다듬으며 달래듯 물었다.



아 혹시




"요즘아저씨 맨날 나 피하는것같고...외출도 잦아지는것 같고......."



역시 그거였다.



"그랬구나. 그거 진짜 아무것도아닌데"



아이는 정말 진심으로 불안해했다. 아이의 모습에 나는 생각했던 계획을 바꾸어버렸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시작했다. 아이를 재촉했다.




"태형아. 가자"



보여줄게있어.













***








가는 차안에선 긴장감에 온몸이 경직되어 핸들을 잡은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핸들을 다시한번 다잡고는 손에 힘을 꽉쥐었다풀었다. 아이가 이런모습을 보지못해서 다행이었다. 지금 내모습은 내가봐도 우스웠다. 제 주변사람들에게는 상상도못할일이 확실했다.






"아저씨,아저씨"


"응?"




몇번이나 불렀는데 대답도 안하고 아저씨가 이상했다. 근데 일단 아저씨가 내게 질린게 아니라는건데 그것만으로 좋았다. 다행이다
이윽고 매끈한검은색 차량한대가 큰 건물 앞에 멈춰섰다. 곧 두 인영이 천천히 내리고, 한 남자가 눈이 보이지않는 태형의 손을잡고는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곧 남자는 그의 몸을 의자에 살짝 앉치고는 조금 떨어진곳으로 걸어올라갔다. 조용한 공간에 하나의 발걸음소리만이 울리고,



"아저....씨?"



멀어지는 발걸음소리에 아저씨를 부르려는데 곧 가벼운 음이 들렸다. 그는 급하게 눈을 감았다. 벅차오르는감정을 감당할수가없었다. 분명 제 귀를 울리는것은 피아노소리였다. 그 맑은 멜로디가 만들어내는 가벼운 선율은 귀 속만을 파고들뿐만아니라 온몸을 순환하는 혈관 속 피까지 파고들어 온몸에 퍼져 울렸다.



"아....아......"




내가 듣고있는 소리가 정말피아노소리인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정말 피아노 소리였다.  흐르는 선율은 숨쉬는 공기중으로 섞여들어 하나가 되어 그의 울렁거리는 마음을 자극했다. 생각치도 못한 소리는 내게 믿을수없이 큰 울림을 주었다. 작은 숨소리조차 소음처럼 크게 느껴졌다. 이 선율을 한음도 놓치고싶지않았다. 그래서 새어나오는 울음도 억지로 막고는 나비가 춤추듯이 하늘거리는 그 음을 주의깊게 들었다. 감격스러움은 온몸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아 내남자, 나의 아저씨









아이를 의자에 앉치고 피아노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도 긴장감에 표정을 제대로 풀지 못했다. 피아노자리에 앉아 피아노를 열고 건반의 제자리에 찾아 손을 올려 시작하기전 두근되는 묘한설렘에 언제부터였는지 시작도하기전에 손에 땀이 흥건했다. 실수는 없어야한다. 아이를 위해 아이의 꿈을 이루어줄수는없지만 어떻게든 아이에게 기쁨을주고싶었다. 뭐라도, 이렇게라도 아이의 꿈을 이루어주고싶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길고 긴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아이의 부름에 맞추어서 부름에 응답하듯 가볍게 건반을 눌렀다. 아이의 표정을 볼수없었다. 아이의 눈물은 항상애잔하고 처연했다.그래서 일부로 피아노 건반만을 집중했다. 지금 내가 치고있는 이 곡이, 지금 내가치고있는 음이 맞는지 틀리는지 귀로 구별할 정신조차 없을 정도로 정말 정신이 반쯤 나간상태로 피아노에 온기를 실었다. 온 극장안에 울리는 이소리가 아이를 기쁘게할수있을까. 설사 내가 지금 틀린음을 치고있어도 그거면 다 된다.
남자의 손에서 피어나는 그 가벼운 선율이 드디어 끝이났다. 정국은 긴장이 풀린듯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씨"




태형 마지막 한음까지 놓치지않고 그 한음이 들리기전까지 숨까지 헐떡일정도로 감정을 참다가 결국은 힘겹게 틀어막았던 그 감격에 목놓아 울어버렸고, 떨리는 그 하얀손으로 끊임없이 박수를 보냈다.



"왜울어.웃어야지"




남자가 그런 태형에게 다가오면서다정스레물었다 그니까 웃어야되는데 자꾸 눈물이 터져나왔다. 내가사랑하는 사람이, 내가좋아하는사람이 이런사람이에요 이런 사람이 내 옆에 있다니 아저씨라면 내 눈을 바꿀수있어요 내 유일한사람이 아저씨라면 정말. 정말로 나는 아저씨가 나에게 질리지 않았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했고, 행복했는데 내가 아저씨를 따라잡기엔 아직 한참 모자랐다.

아저씨의 선물에 나는 눈물이 멈추지않았다. 나는 그냥 꽤 한참 전에 아저씨에게는 내 모든것을 알려주고싶어서 그냥 제진심을 내비쳤던건데. 넘치는 감정이 수습되지않았다.아저씨는 정말 피아노쪽에는 관심도,관련된것도 단 한가지도 없었다. 어려웠을텐데 힘들었을텐데. 아저씨는 언제나 철저한진실과 진심만을 나에게 보여줬다. 그 진심에는 거짓이 없었고,아저씨의 사랑을 의심했던 내자신이 한심했다.

새삼스레 아저씨가없으면 죽을것같았다. 아저씨에게 모든걸주고싶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항상 겁을먹었고, 아저씨는 그런 나를 보듬어주었다. 이제는 내가 용납할수없었다. 용기가 생겼다. 고백조차 어렵게 입을 뗀 용기와는 다른 더 큰 용기가 생겼다. 아저씨에게 모든것을 주고싶었다. 지금당장. 나도 아저씨의 모든것을 품고싶었다. 아저씨의 그 과분할정도로 주는 사랑도 모두. 아저씨에게도 내사랑을 보여주고싶었다. 태형은 흐르는 눈물을 닦고 남자의 어깨를 끌어당겨안았다.



"아저씨. 나랑 자요"




그가 먼저 살짝 까치발을 들고  양손으로 남자의 양 볼을 잡고는 입을 맞췄다. 그래도 내 사랑을 보여주기엔 부족했다. 각도를 틀어 더욱 깊게 혀를섞었다. 남자는 적극적인 아이의 행동에 당황했다. 아이는 이런행동을 먼저 할 정도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태형아. 아가"




일단아이의심중을알아야했다. 그래서 살짝 입을 맞추고는 고개를 살짝 땠고, 아이를 불렀다.




"아저씨 나랑자요. 아저씨한테 나도 보여주고싶어요"




나의 사랑을.
아이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추었다. 아이는 진심이었다.








***




"흐으..."



남자의 입술이 지나는 자리마다 붉은자욱이 만들어지고, 나신을 훑는 그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가볍게 매끈한 나신이 허리를 살짝 비틀었다.  "으응...아저씨 ..." 아이의 중심부를 자극하며 만져주자 자극에 약한 그가 곧 하얀 액체를 흘려내고는 숨을 헐떡였다. 괜찮겠어? 물음에 아이가 살짝웃었다. 오히려 아이는 태연했고 나는 아이와 다르게 내가 더 걱정이앞섰다. 내가 이 아이를 안아도될까. 한숨이나왔다. 뭐 생각과 다르게 이미 서버린 자신의 아래가 민망했다. 그래도 처음인 아이가 조금이라도 덜아프게 아이를 충분히 풀어주고는 천천히 아이를 끌어 당겼다.  아이는 보듬어주고 지켜줄정도로 어리지 않았지만 내게는 살짝만건드려도 깨질까 항상 조심스러운 손길을 고집했다. 소중한 내 아이니까 상상하는것조차 아까웠는데 이렇게아이의 지쳐잠든 모습을 보고있자니 새로웠다.

마치 보들하고 촉촉한 생크림케이크 아니면 부드러운 카스테라를 보는것만같았다.  그에 비하면 나는 까칠하고 단단한 호밀빵,통밀빵정도. 아이의 새하얀 몸 구석구석이 내가 남긴 흔적으로 가득했다. 충분히 야설스러운 분위기가 될수 있것만 아이는 순수함으로 소화해냈다. 아이와 나는 행복했고 장애가 될건없었다. 아이의 눈도 상관없었다.우리의 사랑이 앞서있으니까.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모르는 피아노를 연습하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대신 모두 다해주고싶었다.
내가 살면서 누릴 평생의 행복이 태형이와 함께하길.






스무살의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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