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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민뷔전력] 짝사랑의 호구

격정 2016. 2. 21. 00:44





W. 격정









오늘도 업로드돼있을 게시물을 보기위해 침대에굴러다니는 핸드폰을 끌어당겼다. 역시나 업로드돼있는 김태형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까말까하다가 역시 그만뒀다. 이미 수두룩한 댓글사이에 보란듯이 전정국 댓글이 유독눈에띄였다.쟤는저렇게아무렇지도않게댓글다는데, 하다못해 몇년전 김태형한데 고백했다 까였던 새끼도 댓글을 달았다. 난 댓글 썼다지웠다하다 결국 포기. 나만 이런거니 나만 호구야? 이렇게 김태형을짝사랑한지도 어언 5년이 었다.

언제부터였냐면 김태형과나는 소위 불알친구라고 불리는 사이었는데 고1때 한창 호르몬의 노예일때 남자애들사이에서 돌고도는 야동을 빌려왔던 날이었다. 둘이같이 컴퓨터앞에 나란히앉아서 틀었던 야동은 지금 까지 봤던 그 어떤것보다도 수위가 높았다. 보기전엔 둘다 의기양양하게 그까이것 이딴게 뭐라고 그런 패기로운 생각으로 둘이 앉아서 보다가 점점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10분도 안되서 빨개진얼굴로 차마 같은 화장실은못쓰고 각자 거실 화장실이며 내방 화장실을 나눠서 독차지하고는 한발씩 빼고 나왔다. 똑같이빼고 나왔는데 김태형이 한발빼고나온순간 그순간 진짜 이상하게도 거의 태어날 때부터 친구라고 자부할수있는 김태형 얼굴이예뻐보였다.

미쳤다고생각할지도모르지만 난 그랬다. 아니라고 부정할수도없이 김태형의 얼굴을 보고 온몸이김태형에게 반응했고, 발정했다. 그사실은 분명했다.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는데 김태형얼굴을 본순간 심장이 뛴 나는 그때부터 진지하게 미친게 분명했다. 지금도 그날을생각하면 그렇게 자극적이었던 영상은 잘기억이나지않았지만, 그때의 김태형 얼굴은생생하게떠올렸다.그렇게 자극적 이었던 영상은 확실히 기억하지못하고 그저 야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기억나는데 그때의 김태형얼굴은 생생하게 기억했다. 다시한번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 그래도 딸은 치지않았다. 비참해지기는싫었다.








***







"지미나...나또헤어져써...."


김태형은항상 술을 마실 때 지가술을마셨는지 술이 지를 마셨는지모를정도로 마셨다. 그게 예의라나뭐라나. 그리고 사나이라면 한번뱉은 말은 죽기전까지 지키는거라고 하던말은 잊어버리지도 않는지 술을마실때는 무슨 일이있어도 떡이 될때까지 마셨다. 울리는 전화를 받자 잔뜩 꼬부라진 발음으로로 겨우 내뱉는 김태형의 목소리에는 울음이묻어났다. 나는 김태형이 올렸던 게시물로 술먹는걸알고있었던터라 곧 전화가 올거라 예상은 했다.그래도 마음이 급해지는건 어쩔수없었다.


"어..어...갈께 기다려."


김태형이가는 술집은 꿰고있는터라 차키부터 찾는데 꼭 나가려고하면 차키가안보이더라. 대충 아무거나 걸치고 온 집구석을 돌아다니는데 아직 끊지않은 전화에선 칭얼거리며 투정을부리는 김태형의목소리가 들리기시작했다. 그런 김태형을 어르고달래는 나는 김태형달래기9단이었다.


"거의다왔다 태태야 응? 조금만"


응. 순순히 대답하는 김태형이 기특해 피식웃으며 쇼파사이에 낑겨있는 차키를 들고 집을나섰다. 밟는다고 밟았는데 거의 다왔다고하기엔 꽤나늦은상태라 걱정 하면서 들어갔더니 윤기형이랑 남준이형도 김태형 옆에 같이있었는지 코앞이라더니 순구라였다고 크게 비웃었다. 비웃을테면 비웃으라지. 전 형들 보러온게 아니거든요 했더니 남준이형이 옆에 축늘어진 김태형의 손을 들고 달랑거렸다.


"얘나 빨리챙겨가라."


늘어진 김태형부터 추스리는데 이 일도 한두번이 아닌지라 익숙하게 챙기니까 윤기형이 고개를 저었다.


"니가이러니까 애버릇이 이렇게드는거아니냐"

"또뭐가요."

"언제까지 김태형 뒷치닥거리할꺼냐 박호구."


박호구로 불리는것에대해 한두번도아니고 딱히 부정할수 도 없는사실이라 그냥 한번웃고 말았다. 솔직히나조차도 박호구라는 별명을 인정한지오래였다. 어쩌겠어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난 김태형에게는 슈퍼 '을'이 었다. 그래도 그저 좋았다. 아가페적인 사랑이랄까 사실 말이 좋아 아가페적인 사랑이지. 터무니 없다는건 누구 보다 내가 제일 잘알았다. 웃기게도 이렇게라도 포장하지 않으면 뭣도 안될 것같아서 그냥 그렇게불렀다. 아가페적인사랑이라고. 그리고 김태형은 언제나와같이 며칠뒤 헤어졌던 애인때문에 울었던건 언제였냐는듯 또다른 애인이 생겼다. 아니 김태형의애인이 여자면 모를까 김태형은 남자 여자가리지않고, 고루 사귀었다. 미친 친화력하면 김태형이란건 알았지만 그게, 그 능력이  애정사에도 발휘되는지 몰랐지.

그래도이런점이내짝사랑을식지않게했다.김태형이 동성연애에 관해서아무거부감이 없다는거니까 혹시 내차례도 오지 않을까 해서. 김태형은 애인이 생기면  꼭 나에게데려왔다. 어린아이가 엄마한테 검사를 맡듯 꼭 그것이 사귀는 절차에 꼭 필요한것 인듯 한번도 빠짐없이 자신의 애인을 데려왔고, 모든 애정사를  나와 고민했다. 나는 그게 김태형이 나에게 의지하는것같아서 마냥 좋았다. 그리고 괜히 내가엎어키운듯 애인을 데리고오면 꼭 내가키운 자식이 친구를 사귀고와 쪼르르 자랑하는것 같아 뿌듯했다. 전정국은 내가 이런말을 하면 진저리치며 박호구 면모를 몸소 실천하는거냐며 이해를 못했다. 그냥 김태형이 좋은게어쩌라고.







******






오늘은 이상하게 김태형의인스타그램이 올라오지않은날 이었다. 왠일이지. 카톡을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카톡을 날려도 확인도안해서 생각하는데, 이내 애인과 여행을 가기로했다는 김태형의 말이떠올랐다. 일주일전부터 뜬금없이 검은색 썬글라스와 큰 캐리어를 끌고 새벽부터 집으로 찾아와 짐을풀어헤치고 제대로 눈도뜨지못한 나를 붙잡고 제몸에 옷을대보며 어떤게 괜찮냐고 물어봤던게 생각나서 피식웃었다.

그런 김태형도 김태형이었지만 눈도 제대로못떴으면서 꼬박꼬박 김태형의 옷을 골라주면서 갖가지이유를 대가면서 옷을 골라준 나도 잊을수없었다. 근데 그럴수밖에없었던게 큰 캐리어 끌고서 들떠서 옷 헤집는 김태형이 존나 귀여웠거든.
그런데 예상치도못한일이터졌다. 새벽인가. 주위가 캄캄했다.지금 울리는 벨소리는 뜬금 없었다. 그래도 이시간 전화가 올만한 곳은 김태형밖에없었다. 그래서 일단 언제나처럼 전화가끊길새라 전화부터받았다.

전화받자마자들리는 김태형의 한숨소리는깊이 잠겨있던 나를 수면위로 올려놓다못해 잠에서깨게하기에충분했다.분명 술을 먹은것도아니었고, 울고있지도않았다.그래서 더 놀랐는지도 몰랐다. 김태형은 힘든일이있어도술이 들어가지않은 상태면 제 힘든티를 죽어도내지않았다. 그건 김태형의 버릇이자 고집이었다. 그래서 술로푸는걸알기에김태형이 떡이 될때까지 술을먹어도 먹지못하게말리지도못했고간섭도하지않았다.

김태형은이런면에서는강단있었고,내 앞에서조차 힘든티는 한번도내지않고 숨겼다. 그래서 남들이 김태형한테 나한테 너무 의지 하는거 아니냐고 농담식의 비난을할때도 그게 아닌걸 아는 나는 괜히 서운할정도였는데, 힘든것엔 죽어라 철벽치던 김태형이 전화가왔다. 나는 겉에 뭘 걸칠새도 없이 전에 한번 김태형에게 늦은 이후로 또 시간잡아먹을까 아에 지정 된듯 한곳에 올려둔 차키를들고 엘레베이터가 오는 시간 조차 느리게느껴져 계단으로 뛰어내려갔다. 꼭 김태형이 울고있었으면. 김태형이나를의지하고 필요로 했으면 하는게 큰욕심일까







*****







"내가싫대."


김태형의목소리는 조용했다. 나는 김태형에게 뭐라고 말해야할까 조금떨어진 채 김태형의 뒤에서 다리에 못 박은듯 가만히 서있었다. 그럼에도 김태형은 발소리로도 나를 알아채고는 고개를 묻는것이었다.


"난진짜좋아했는데"


김태형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해줄수있는건없었다.내가 뭐라고 해줘야할까 새로운애인이 생기자마자 나에게 달려와 얼굴을 보여주기도 전에 눈코입 하나씩 나열해가면서 자랑을 늘어놓던 김태형을 막았어야할까 여행을 간다고 들떠있던 김태형을 막았어야할까 내가할수있던건 없었다. 알면서도 나는 무능력한 내가 죽도록 싫었다. 차라리 울었으면 좋으련만 김태형은 그조차도 하지않았다. 그럼에도 김태형은 빛났고 찬란했다. 내 모든 관심은 김태형이었다.


"누구야 그새끼맞지"

".....집에가자 지민아."


내가 할수있는건 오직 대신화내주는것뿐이었다. 나도 그걸 알았다. 그래서 더이상 화를낼수없다는 것도알았다. 사실 나에게는 그럴 자격도없는거고. 절친이란 이름을 들이밀면서 까지 하긴싫었다.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벅찬 내감정을 그런 친구란이름으로 치부해버리는건 죽기보다 싫었다. 내 오랜 짝사랑이 빛을 바래 변질되는것같아서.그냥 그랬다.

그래서 나는 김태형의 말에 따를수밖에 없었다. 김태형은 그날 이후로 인스타그램을 접었다. 그리고 한동안 술도 마시지 않았다 나는 그럴수록 애가탔다. 김태형이 혹시 마음을 닫아버릴까봐 불안해하는 나는 누구보다 이기적이었다. 혹시 내게 차례가오지않을까봐. 짝사랑이 나를 잠식하는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번에도, 이런 상황에서 조차도 김태형은 존나 예뻤다. 내가 미친것같았다. 헛웃음이났다.





******






"지미나...나술머거써!"



술먹었다는 김태형이 이렇게반가울수가없었다. 밝은 목소리와는 다르게 울고있었는지 현관문을 열자마자 무너져 내리는 김태형의 얼굴에는 눈물이가득했다. 그 눈물을 보자마자 내가 웃었던가. 김태형이 힘이하나도들어가지않은 주먹을 던졌다.


"누가 울렸어 우리태태를. 응?"

"그새끼가 울렸어 지미나 나 힘들게해써..."


웅얼거리는 김태형은 힘이없었지만, 힘들다고 털어놓는 김태형을보는 나는 가슴이벅찼다. 그렇게 나는 김태형을 짝사랑한지 5년을 넘기고있었고, 나는 여전히 김태형의  온전한 친구도, 애인도 뭣도아닌  김태형의호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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