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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국뷔전력] dear

격정 2016. 12. 17. 21:31










W. 격정












너는 나를 사랑이라고 불렀고, 나는 너를 우정이라고 불렀다. 어렸을때부터 우리는 전생에 꽤나 끈질긴 인연이었다고 할 정도로 태어날때부터 같은 조리원, 같은 유치원, 같은 학교, 같은 반. 엄마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우리 인연은 운명이라고 칭했고, 우리는 그냥 웃음으로 넘겼지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언제나 그렇게  믿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나만일테지만.



"야 김태형 빨리앉아봐"


"뭐"


"옆에여고애 소개받았는데 존나 예뻐 인정?"


"뭐래"


"왜이렇게까칠해 엉아가 혼자솔탈할까봐 그러냐 짜식~"



언제부터였을까. 나에게 전정국은 친구가 아니였다. 자각한 순간부터 나는 그 한순간도 편할수없었고,  전정국 말마디에 내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겁이많은 나에게는 너무나 고된일이었다. 지금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무슨표정을 지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눈물이 날것같았다. 그래도 언제나처럼 울지는 않았다.



"..만약에말야"


"뭐야갑자기 만약에?"


".....아니다"


"뭐야 싱겁게"



아마 고등학생이되고 첫번째 모의고사가 끝났을때일것이다. 그때 김태형이 하려던 말을 조금 더 일찍 들었더라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우리의 운명은 달라졌을까 태형아. 나는 그렇다 그냥 그래. 요즘 네 생각만해 요즘은 전에 이해할수없던 그 행동도 알것만같아. 언제였더라 우리가 제일 크게 싸웠던 날. 내가 그 여자한테 고백한다고 하루종일 끌고 돌아 다니면서 커플링 고를 때였던가 다음날 커플 됐다고 불러냈을때였나 불같이 화내던 너를 잊지못한다.



"김태. 이거 괜찮지"


"어그러네"


"아 성의있게봐달라고 이거?이거?"


"저거"



한껏 신나서 커플링 고르느라 정신없는 전정국을 옆에서 바라 보기만 해야한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서러운지 그냥 처음으로 전정국이 미웠다. 그래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 마음을 조금도 표현할수 없는 무력감은 나를 바닥으로 끌어 당겼고 자꾸만 나를 무채색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그냥 한번쯤은 마지막이라고해도 한번쯤은 화낼수있지 않을까 화날자격있지않을까해서 박차고 나왔다. 나한테는 큰 용기였고, 내 마음을 표출할수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네가 알아줬으면해서 너의 관심이 필요했다.



"야 김태형."



커피숍을 뛰어나와 빠른걸음으로 벗어나려는 나를 붙잡아 끌어당긴건 전정국이었다.



"이게 그렇게 화낼일이냐?"


"쟤랑있으면 있다고 말 해주면 어디가덧나?"


"니가 이렇게 화낼정도로 쟤가 그렇게 불편하냐?"



숨이 턱 막혔다. 작게 벌어진 입에서는 아무런 작은 숨도 내뱉어 지지않았다. 울렁거리는 심장이 오늘만이 아니었는데도 동요하는 마음은 잔잔해질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나너좋아해"


"좋아한다고개새끼야"


"좋아해"


"그래서 그래"



아무것도 생각할수없는 맹목적인 고백이었다. 엉망이 된 내 속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보이면 나아질까. 전정국은 나를 붙잡았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전정국의 손이 닿았던 팔을 중심으로 허탈함과 공허함만이 타고들어와 나를 지배했고 더이상 서있을수없었다. 그래서 혼자 뒤돌아갔다.  설령 그것이 도망일지라도 또다시 그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또다시 최선을 다해 도망갈것이다. 어른이 되고싶지않았다.



나를 등지고 멀어지던 너를 붙잡을 자신이 있었으면 그럴 용기가 있었으면 몇번이고 너를 잡았을텐데 그때의 나는 할 수 없었다. 점점 너는 나에게서 멀어졌고 나는 다가가지않았다. 그것이 최선이라고만 생각했던 어리석은 나를 너는 용서할까







***





"......생각을 해봤는데"




어느 특별할거하나없었던 겨울날 한참을 마주보고 서로 한마디도 하지않다가 드디어 전정국의 입술이 열렸다.




"니가 착각한게.."


"그런말할꺼면 그냥 나가자......나는 몇번을 고민하고!..몇번을!!필사적으로 부정하고!!!...나혼자!!!!"


"태형아."


"나도 그랬다고 나도 쉽게 꺼낸거아니라고 아무리그래도 너는 나한테 그런말하면안돼 나싫다고 거절은해도 되는데!!! 내 마음까지 부정하면안된다고 개새끼야"



붉어진 눈으로 소리치던 김태형은 결국 분한듯 제 가슴을 쥐어짜며 눈물을 흘렸다. 숨도 제대로 못쉬면서 오열하는 김태형이 너무나도 처절해서 손을 댈수도 없었다.



"태형아. 김태형.."


"난 그래 니옆에서 하루하루가 고비였고 하루하루가 감당하기 힘든 날이였다고 그래도 난...참을만했는데!..좀더 참을수 있었는데 왜 자꾸나를 약하게만들어...!.."



서럽게 흐느끼는 김태형을 보며 무언가 잘못됐음을 이제서야 알았다. 절대 가벼운 감정이 아닐뿐더러 오랜시간을 지나며 깊어져 곪을때로 곪은 아픈 상처란걸 이제서야 온몸으로 표현하는것이라는걸.



"나는이정도로 절박했어 정국아"


"더이상 나 안봐도좋아 불편한거알아 먼저갈게"



이번에도 나는 잡을수없었다. 만약 그자리에서 너를 잡았더라면 하늘은 너를 데려가지않았을까 태형아 대답좀해줘



"얘왜이래요 몇분전까지도 눈도 저랑마주쳤고요 저랑 말도했고요,..화도냈고요.."


"..죄송합니다"


"아니 얘가왜여기누워있냐니까 방금전까지 저랑있었다니까!!!! 태형아 일어나봐.... 김태형 장난 치지말고... 비켜!!!!!!!!"


"왜 나를 김태형한테서 떨어뜨려놔요 저할말많아요 쟤한테 아니잖아 김태형 나미워서그런거잖아 장난치는거잖아 미안 해 태형아 그니까 나좀봐줘 눈떠야지 태형아.."



이게 네복수라면 성공이야. 너없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없어 태형아. 처음처럼 너를 뒤쫒아 조금만 더 너를 붙잡았으면, 너와 조금더 같이 있었더라면 나는 너를 지킬수 있었을까? 너와 같이있을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너를 잃지만 않았더라면 나도 너를 좋아하게 됐을텐데 내 감정이 우정뿐만이 아니었다는걸 조금더 빨리알았더라면 우리가 정말 운명이었다면 너와 내가 인연이었다면 너는 죽지 않았을까 갈곳 잃은 미련은 나를 고독하게 만들었다.

서툰 감정은  바다가 되었고 너는 바다가 되어 나를 잠식했다. 파도는 모든것을 휩쓸어 가버렸고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은게 없었다. 만약 다음 생에도 너라면 사랑만하다 죽어버리리. 너없는 세상에도 봄은왔지만, 나는 아직 메말라 앙상한 나무처럼 혼자 겨울속에서 서있다. 칼바람같던 짝사랑 속에서 외롭게 서있었을 너처럼. 그렇게 나는 20살이되었다.

너는 나를 사랑이라고 불렀고 나는너를 청춘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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