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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국뷔전력] 친구의애인

격정 2016. 7. 2. 22:28







W. 격정








숨이 턱 하고막혔다. 이미 정신없이 더디게 반응하고있는 머릿속은 빠르게 느껴지는 온몸의 야릇한 자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있었다. 발끝부터오는 짜릿한 전율은 나른하게 풀어진몸을 곤두서게만들었다.









아, 아읏, 야

태형의 목덜미부터시작된 은밀한 손길은 척추선을 타고내려와 은밀한곳으로 파고들었다. 그 끈적하고도 적나라한 전정국의 손길은 작은 불씨가되어 온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그 손길에는 전정국의 욕망이 숨김없이 과감히 드러나있었다. 태형이 그 손길에 애가타 어서빨리 자신을 건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한것도 예삿일은 아니었다. 정말 전정국은 손길, 남자 그자체로도 상대방을 달아오르게하는 열기를 가지고 있었다. 전정국과 잠자리를 같이한여자 백이면 백 전부 전정국을 다시찾을만큼 꽤나 매력적이었고, 금욕적으로 생긴 그 빼어난 외모도 자제력을 잃기 부족하지않았다.

그래서 이런 전정국에게 빠진 불나방들은 숱하게 많았지만 태형을 그저 뜨겁게 달궈져있는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 중 한명이라고 치부하기엔 전정국은 꽤나 태형을 아꼈다. 그 사실만으로도 희열을 느끼기 충분한 사실이란걸 김태형 본인도 알았다. 하지만 태형은 깊이빠지지않으려 항상 애썼다. 남자의 농밀한 손길에도 애써 참아내는건 그런 불나방이되는게 싫을뿐 아니라 그 불길에 뛰어든뒤엔 불길이 더걷잡을수없이 커져 자신의 몸을더욱 휘감아올것이 두려웠는지도모른다.




"태형아"





태형은 자신을 부르는 장난스런목소리에도 고개를 들지못했다. 정국은 태형의머리를 살짝 건들이고는 자신의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모습은 누가봐도 매력적이었고, 금욕적인 얼굴과는 달리 선정적일정도로 잘빠진 몸매는 매력을 더욱 극대화했고, 장난스런말투는 왠지 이질감이 들게했다. 물론 태형의 앞에서만 무장해제되는 말투지만. 남자는 김태형의 앞에서는 완벽했고 본인도 자기의 가치를 알고있었다.

이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남자는 한곳에 정착하지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발산했고, 아무도 그에게 거절을 표할수 없었고, 그에게 거절을 표한적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살아온 그에게 태형은 유일하게 거절을 표한 흔치않은 장본인이었다.아마 태형 본인도 자신과 관련없던 사람이면 이미 숱한 불나방중 한명일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남자의 유혹에 응해줄수없는 이유는 남자의 애인이 내 친구라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어릴때부터 같이자란 소위말하는 불알친구.

그 사실은 전정국도 분명 누구보다 더 잘 알고있지만 달라지는 것 하나도 없었다. 전정국은 자신의 애인이 옆에 뻔하니 앉아있는데도 은밀한 욕정을담은 눈빛을 마주칠때마다 대담하게 보냈다. 그 사실로만봐도 말 다했지 뭐. 태형은 자신에게 그런 추파를 꽤나 노골적으로 보내는데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제 친구도 신기했다. 친구가 알아차려서 단속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저런 남자를 무방비하게 방목해놓은 친구도 원망스러웠다. 꽤나 담백한 김태형도 흔들릴정도로 매력적인건 사실이었으나 친구의 애인을 빼앗은 천하의 썅놈이 되는건 사절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지금은 굳게 마음먹었던 다짐이 필요이상으로 섹시한 친구의 애인덕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











김태형은 눈앞의 남자를 한번올려다보고는 남자의 손을 자신의몸에서 떼어내었다.




"야. 전정국"




태형이 전정국의 손을 몸에서 떼어내며 털어냄과 동시에 정국은 태형의 손을 꽉잡아 끌어당겼다. 그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김태형은 무방비하게 전정국의 큰 품으로 끌어당겨졌다.




"응."




전정국은 대수롭지않게 대답하고는 태형을 품에 가둬안았다. 그에 태형은 전정국을 떼어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야. 지민이랑 삼자대면하고싶냐 놔라"





태형의 말에 생글생글 웃고있던 전정국의 입매가 단숨에 굳어버렸다.




"야."


"내앞에서 박지민얘기 꺼내지마라"


"양심이남아있기는하냐?"


"박지민얘기하지말라고 존나빡치니까"




그래도 얘가 마지막양심은 있는지 지민이 얘기를 가로막았다. 어쩐지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전정국의 뒷말을 듣기전까지.






"니입에서 내이름말고 다른새끼이름나오는거 싫으니까 하지마라 진짜 "





김태형은 어이가없다는눈빛으로 전정국을 쳐다봤다.





"미친거아니야 야 니애인은 내가 읍!....."





태형의 말이 끝나기도전에 전정국은 고개를 숙여 태형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고는 입술을 때고 몇번 더 입술에 쪽쪽 입을 맞추고는 웃었다.






"알아알아. 응? 아니까오빠랑 밥먹으러갈까?"






갑작스러운 스킨쉽이라 막을수도 없이 당해버린 태형이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의도가 다분한 전정국을 쳐다보는것 밖에할수없었다.어쩐지 전정국과있으면 죄를짓는것만같은 기분이 지워지지않았다.






"하 미치겠다.."





김태형이 작게 읊조렸다.





'니가 이러면 내가 지민이얼굴을 어떻게보냐고.'







차마뒷말까지는하지못하고 말을아꼈다.전정국과 박지민이 1000일넘게 사귀면서 자신의 키보다 작았던 전정국이 자신의 키를 넘어 머리하나정도 차이날때까지 큰것도, 둘이 싸워서 헤어질뻔했을때도 지민의 옆에서 전후사정 다듣고, 다시 화해하는것까지 왠만한 소식 세세하게 다알고 지켜본 박지민의 최측근이라고 할수있는데 전정국이 대체 자신의 어떤모습에 동했는진 몰라도 어느순간부터 전정국이 박지민보다 자신을 따르는게 이해가되지않았다.

처음부터 박지민이란 연결고리하나로 엮인 사이였기에 이런 상황은 상상조차하지못했다. 처음에는 원래 저런애라, 소위 말하는 바람기넘치는 성격이라 조금하다 말겠지 곧 관심 끄겠지하고 대수롭지않게 넘긴게 문제였다. 이제 전정국은 관심을 끄기는 커녕 이제는 관심뿐만아니라 애정을 갈구했다. 이런 모습에 곤란해지는건 태형이었다. 아니솔직히 들이대는건 전정국인데 왜 내가 죄짓는기분이 들어야하는지 그리고 왜 나는그런 전정국을 강단있게 뿌리치지못하는지, 정신차리고보니 전정국과 자신이 밥먹고있는 이 상황도 답답했다.





"먹어봐 맛있다"






이와중에 내가좋아하는거라고  나를 위해 닭갈비집으로 데려온 전정국의 갸륵한 정성도 내 고민에 한몫을 더했다. 정국이 맛있다며 집어준 앞접시에 붉은양념의 닭갈비가 보였다. 뭘봐인마. 태형은 괜한 닭갈비에 눈을 흘겼다. 지금껏 봐온 전정국은 이렇게 살갑게 챙겨주는 성격이 못됐다. 전정국은 그냥 가만히 있어도 여기저기서 제발로 나서서 전정국을  챙겨주고싶어했고  본인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걸아는 지민도 챙김을 받으려하지 않았다. 1000일 넘게사귀면서 둘이 사귀는 것을 가까이서 본 사람으로써 지민이 전정국을챙기면 챙겼지 챙김을 받는 모습을 본적없는데 이렇게 자신을 챙겨주는 전정국의 태도는 왠지 기분을 울렁거리게만들었다.





"왜? 어디아파? 아까까지 괜찮았잖아"





남의 속도모르고 자신의 앞접시를 바라만보고 있는 태형의 고개아래로 쓰윽 전정국의 손이 들어와 태형의 이마를 짚었다. 그제서야 태형이 화들짝놀라 정신을 차린듯 정국의 얼굴을 쳐다봤다.  나는 전정국의 얼굴을 볼수없었다. 전정국의 손을 밀어냈다.





"뭐래 안아파"






태형이 젓가락질을 시작하는 확인하고 나서야 그제서야 전정국은 손을 거두고는 음식을 태형의 앞접시에 끊임없이 옮기기 시작했다.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거절할정신도없이 주는대로 받아먹자 고분한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전정국의 기분이 한층 더 좋아보였다. 태형은 아무것도 생각치않으려 음식을 밀어넣기만하는 것도 이제는 힘들어질때쯤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젓가락을 내려놓고 확인하자 액정에 뜬 이름이 익숙해 어쩐지 가슴이 턱 막혔다. 태형이 망설이고있자 전정국이 말을걸었다.





"왜"





사실 망설일필요없지.전정국의 물음에도 김태형은 울리는 진동을 끊고 말없이 전화를 받는것이었다. 사실을 알면서도 왠지 받기꺼려지는것은 어쩔수없었다





" 응 지민아"





태형의 말을 기다리던 전정국이 탐탁치않은 이름의 등장에 인상을 찌푸렸다.





"걔가 왜 너한테전화해"





김태형은 전정국의말에 어처구니가없어 말을 잇지못했다. 어쩌다 다행히 지민은 듣지못했는지 계속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마 전정국의 말을 지민이가 들었다면 나와 똑같이 말을 잇지못할거라고 확신한다 정말로. 뭐하냐는 지민의 말에 정말 마음에 들지않는다는듯 비딱하게 자신을 쳐다보고있는 전정국을 힐끗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사실대로 말하기 걸렸지만 애써 숨기고 싶지않았다. 숨길일도 아니고. 여기서 거짓말해버리면 나 스스로가 죄짓는 기분에 지민이를 보지 못할것 같았다.





"어 나 전정국이랑 밥먹고있어"


"아진짜?어디서? 나가도돼?" "당연하지 응 어 거기"





다행히도 지민은 대수롭지않게 받아들였고 태형은 그반응에 안심했다. 자신도 자기가 유난이란걸 알고있었지만 지금 자신이 처한상황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만했다.






"야 뭐래"






쟤는또 삐딱하게왜저래. 전정국의태도가 태형을 더 심란하게했다.





"뭐라긴 뭐하냐고 그래서 너랑있다니까 와도되냐고해서 오라고했지"






전정국은 통화 상황을 브리핑하는 김태형을 곱지않은시선으로 쳐다봤다. 태형의 말이 끝난후에도 전정국의 시선은 떨어지지 않았다.





"끝. 아 또뭐 왜"


"왜 오라고하냐고. 그리고 존나 지민이, 지민이 존나잘한다? 나한텐 전정국거리더니 너 존나게 다정한사람이었네 아주"


"또뭐래 지민이니까 지민이라고하지 별것도 아닌거가지고. 니가 내애인이냐?"


"......아 됐어"





전정국은 뭐가또 틀어졌는지 내얼굴은 쳐다보지도않고 철판에있는 음식을 건져먹기에 집중하기시작했다. 그래라 그래. 난모르겠다 우리는 지민이 오기전까지 아무말없이 각자 음식을 집어먹기만했다. 전정국은 간간히 음식을 집어다 내 앞에 놓는건 멈추지않았다.






"왔어?"






지민이 오자 전정국은 고개를들어 지민을 슬쩍보고는 다시 먹는거에 집중했다. 괜히 옆에있는 자신만 민망해져 박지민을 평소보다 더반겼다. 전정국은 또 그것이 마음에 안드는지 박지민에게 틱틱됐다.





"왠일이냐?"


"왠일이긴 착각하지마 김태형이 보러온거거든"






커플들의 대화의 묘한 기싸움에 태형은 그저 고개를 박고는 배불러서 더이상 들어가지않는데도 둘을 신경쓰지않으려 꾸역꾸역 음식을 입안으로 밀어넣었다. 지민은 정말 장난스러운 태도였지만 전정국은 뭔가 단단히 틀어져보였다. 지민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는 태형은 더욱이 둘의 신경전이 불편했다.





"태형아"






태형은 지민의 아무의미없는 부름에도 민감했다. 이렇게 살다가는 위장이 남아나지않겠다. 작게한숨한번쉬고는 고개를 들었다. 속이 좋지않았다.





"어"


"배고팠어?"





지민의 말에 태형은 그저 웃었다. 어떻게 제 속마음을 그대로 말하리 지금 이자리가 불편하다고. 어릴때부터 친구인 박지민과 그의 애인 그 외에는 아무도없고 딱 셋만있는 전혀 불편할것 없는 자리인데 왜이렇게 불편한 자리가됬는지 이 자리가 제일 불편한건 나인것은 틀림없었다. 나만이렇게 불편하단게 괜히 억울해졌다. 원흉인 전정국은 전혀 자신의 행동에 마음이 불편하지않을터였다. 나는 불편한만큼 배고프냐는 말을 들을정도로 무식하게 그저 눈앞에 음식을 밀어넣었다. 늘어난 일행으로 앞접시를 하나더 부탁해 지민도 같이 먹기시작했다. 옆에 지민이 있음에도 불고하고 지민이에게는 생전 해주지도않던 행동을 나에게는 자연스럽게 다시 앞접시에 음식을 올려주었다. 지민이 그의 행동에 잠깐 고개를 들어 전정국을 쳐다보았다. 태형은 그 움직임을 옆 눈으로 눈치채고는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 차라리 안보는게 마음이 편하지





"야 김태형. 너 먹지마"






한참을 먹고있는데 전정국 뜬금없이 태형에게 말했다. 지민도 뜬금없는 정국의말에 먹는것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옆에있는 태형을 쳐다봤다.태형은 그와중에도 들고있던 음식을 입안으로 밀어넣었다.






"너 그만먹으라고"


"왜?"





지민이 물었다.






"쟤 지금 억지로 먹잖아 너 그만먹으라고"





전정국의말에 태형은 더이상 입안에 음식을밀어넣는것을 그만두었다. 전정국의 말대로 지금당장 다 뱉어버리고 싶었다. 이 이상은 무리였다. 태형이 입을 가리고 콜록됐다.





"그래야겠다 태형아 그만먹어라"






가만히 태형을 바라보던 정국이 벌떡일어나 신발을 신었다.






"어디가?"


"쟤 소화제사오게"





전정국의 말을 끝으로 둘이 남은 지민과 태형은 아무말이 없었다. 지민은 그저 태형의 등을 쓸어내려줄뿐이었다. 울고싶어졌다.

불편한 식사가 끝나고 나는 그들에 사이에서 빠지고싶어 얼른 서둘렀다. 재빨리 둘에게 인사를 고하고 둘에게 등지고 반대편 길로 걸어갔다. 뒤에서 나를 붙잡는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한쪽팔을들어 손을  흔들어주고는 그대로 걸어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도 채 갈아입지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를 붙잡고는 꾸역꾸역 먹었던 음식물들을 모조리 토해냈다. 변기를 내리고 바닥에 고개를 박고 일어설수없었다. 뒤집어진 속이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 크게 심호흡 몇번하고는 한참을 바닥에 주저앉아 현기증에 눈을 감고 있었을까 뜬금없에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눈을뜨고 벽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나가기전 거울에비친 모습은 불과 한시간전과 다르게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팔자에도없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네. 태형이 현관문을 살짝열자 문을 급하게 비집고 들어오는 전정국이 시야에 들어왔다





"뭐야"





태형이 진심으로 놀라 물었다.





"뭐긴뭐야 전정국이지. 미련하게 쳐먹더니 얼굴이 그게뭐냐"





그러더니 한손에 들고온 까만봉지를 들이밀었다.






"아까 안먹었잖아 약"


"지민이는"






태형의 입에서 지민의 이름이 나오자 전정국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그래도 나는 물어보지않을수없었다.






"지민이는 어쩌고왔냐고"


"데려다줬어"






그 말을 끝으로 전전국은 굳은표정으로 봉지를 뒤져서 약을 꺼내고 뚜껑을 따서 내밀었다.





"마셔"






일단 태형은 제속을 진정시키는게 우선이라 약을 받아먹었다.






"다음부터 미련하게 먹지말고"






그리곤 전정국이 뒤돌아 문으로 향해 걸어나가다, 곧 걸음을 멈추고는 뒤로 휙 방향을틀어 돌아오더니  태형의 어깨를 잡고 벽으로 빠르게 밀쳤다.





"아!....뭐하는거야"


"그리고 자꾸 박지민 지민이 거리지마라."


"니가 아프니까 그냥간다"






전정국은 한껏 낮게 으르렁되고는 걸음을 옮겨 밖으로나섰다. 태형은 제손에 남아있는 빈 병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병을 버리고는 문을 닫았다.
















***










그날이후 박지민에게 연락을 선뜻할수없었다. 전정국의 전화도 받지않았다. 그냥 정신없이 일을 만들었다. 차라리 바빠서 딴생각을 하지못하는게 그편이 나았다. 정신없이 일을 끝낸뒤 카페에 가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킨후 시럽을 네다섯번 짜 넣은후 막 자리에 앉은참이었다.

어? 창밖으로 꽤 가까운 곳에서 전정국이 보였다. 옆에 누군가 같이 있었지만 박지민은 아니었다. 저거 또 바람피는거 아니야? 이참에 지민이한테 연락좀해봐? 사실 연락할 얘기거리가 없어서 못하는건 아니지만. 많은 생각을하면서 눈으로 정국을 쫒는데 별안간 정국이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걸어가기시작하는것이었다. 꽤 되는거리라 이쪽은 보지못했을것이다. 한숨을돌리며 적당히식은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는 다시 창밖을 보는데 전정국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벌써 시야밖으로 사라질 거리가 아니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개를 돌려가며 찾고있는데 가까이에서 전정국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찾냐?"


"깜짝이야 나 어떻게 봤어? "


"어디서 자꾸 뜨거운 시선이느껴지더라고 흔히있는일인데 니얼굴딱보니까 또 좋네"


"난 너 바람피는것같길래"


"그럴리가. 난 너밖에 없지"





전정국이 장난스레 웃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연락안되더라? 애타게"






태형은 바람빠진웃음을 한번 짓고는 커피 한모금을 마셨다. 전정국이 눈썹을 한번 찡긋하더니 태형의 커피를 앞으로 끌어당겨 빨대를 살짝 건드렸다.





"너 빨대무는거 존나야해"


"뭔 개소리야"






다시가져가려는 태형의 손을 잡고는 전정국이 고개를 숙여 빨대를 살짝 물고는 혀를 빼 꽤나 야하게 빨대를 쓸었다.





"오빠가 빨아줄까?"





태형이 한숨한번쉬더니 나지막하게 욕을 내뱉었다.





"지랄"





태형의 반응에 구미당기는제안아닌가 아쉬운데 따위의 말을 내뱉고는 커피를 한모금 빨아올렸다.





"으 애기야 그냥 핫초코를먹어라 달다"





그리고는 커피를 태형쪽으로 밀고는 태형의 손을 잡고 올리고서는 쪽하며 손등에 입을 맞췄다.






"너도 달고."

"손 작네 손도예뻐. 이손으로 딸은칠수있겠어 응? 내것도 잘 못잡겠다"






정국이 태형의 손을 쓸며 주물거렸다. 태형이 자신의 손을 급하게 빼려하자, 전정국은 태형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그러자 태형이 정국의 손을 털어내려하자 더욱 꽉쥐며 끌어당겼다.






"태형아 오빠요즘안서"


"또 이건뭔지랄이야."


"뜨거운밤을 지새자는거지 응? 우리 태형이가 세우면 벌떡 설것같은데.오빠잘해 알잖아 "






전에 뜬금없이 집으로 찾아와 현관문에서 달려들어 가지고놀았던 그때를 말하는거니?혹시?






"개새끼야 듣는사람오해하잖아"


"무슨오해 너랑나랑잤다고? 억울하면 진짜 자던지"






태형이 결국 미련없이 자리를털고일어났다. 전정국은 예상된 반응이었는지 전혀 놀라지않았다.






"태형아 전화는 받아라"





전정국은 장난치던모습은 순식간에 지워버리고는 순식간에 진지해져서는 낮게 말했다. 태형은 답하지못했다.













*****











태형아 요즘연락안되더라 잘사냐이자식아 연락좀해라
전정국은 요즘 연락이안된다 또 답답해죽겠는데 들어줄사람이 너밖에 없는거 알면서 연락을 안하냐
이거보면 연락해라 김태형아




눈을떠 확인한 핸드폰에는 오랫만에 지민에게카톡이 와있었다. 태형은 심란한 표정으로 지민의카톡에 답했다.



오늘만나자








***







눈앞에 박지민이 낮설었다.







"오랫만에 염색했어 놀랐냐?"



"당연히 놀랐지 색다르긴하다"






태형의 말에 지민이 크게 웃었다. 우린 항상 이랬는데.
오랫만에 옛날로돌아간것같아 기분이좋았다.






"전정국이랑은 잘지내?"


"뭐 항상그렇지 또 연락안되더라"






그말을 내뱉는 지민은 쓰게 웃었다.  아까와는 다른 웃음에 태형은 더이상 망설이고만 있을수없었다. 전정국의 얼굴이 잠깐 떠올랐다. 아마 이감정이 미련이라면 지금내가 지민이에게 하는 말때문에 후회하게 될지라도 나보다는 전정국과 1000일이상의 추억을 가지고있는 지민을, 내 우정을 무시하기싫었다.






"지민아"













태형의 말을 끝까지 다 들은 지민은 말이없었다. 지금까지 조근조근 말하던 태형조차도 숨소리외엔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둘사이에 무거운 공기가 짓눌렀다
한참을 그랬을까 지민이 조용히 입을열었다.





"...........사실 저번밥먹을때부터 왜 한번도 챙겨주지않은 전정국이 너한테는 못챙겨줘서 안달난모습을 보이는지, 알아. 전정국이 너한테 관심있어서 붙는거 전정국 원래 그러잖아 근데 너는 아니잖아........전정국아니잖아 넌....그치?"






지민이 어렵게 입을 떼 살짝 갈라지는 목소리로 하는말이 자꾸 태형을 찔렀다.내가 어떻게 대답해야하는걸까  난 자꾸 그래 지민아






"나는....자꾸 흔들려..그래서무서워지민아"






태형이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묻었다. 지민을향해 천천히 두손을 내리고는 고개를들어 지민을 바라봤다. 그에 박지민은 붉어진 눈으로 마주치는 태형의 얼굴에 순간 지끈 되는 심장을 다잡았다.






"김태형.....태형아 나는말야 오늘은 니가 조금밉다.........내가 전정국을 많이좋아해...근데 니가더 소중해 전정국 그자식보다 우리우정이 더 소중하다고 이자식아 너는 안그러냐? "







김태형은 아마 우리의 우정을위해 지금까지 그래왔던것처럼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도 억누르면서 전정국을 밀어낼게 분명했다 나를위해서. 근데 그건사절이었다.





"잘됐으면 좋겠다 둘이. 우린이미 끝난거나 마찬가지였어 우린 그걸알면서도 나는 이별을 미뤘고. 미안해하지 말라고 나도 전정국이랑 헤어지려고했어 너 때문아니야 김태형. 나 안좋아하는애 잡고 뭐해."


"지금까지 그랬던걸로 니마음 다알았으니까 이제조금은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내가 허락할게 김태형. 태형아"



이미 전정국과의 관계는 끝났다는걸 알지만  미련으로 질질 끌어 닳아 보기흉한 전정국과의 끈을 끊을때가 왔다. 나와의 시간을 지우고 다시 시작할 전정국에게 향한 미련은 오로지 내가 질 짐인걸 알기에 더이상 화를 낼수도 태형이를 미워할수만도없었다. 그저 내가 할수있는건 전정국의 옆자리를 비워주는일밖에없다.











카페를 나서는 태형의 얼굴이 안쓰러울정도로 애처로웠다. 외진 공원구석에 올때까지 애써 턱끝까지 차오른 눈물을 억누르며 참던 태형이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눈물이 자꾸났다. 이렇게 울어본적이 얼마나있던가. 헐떡되며 울음을 뱉어냈다. 온몸이 잘게떨렸다. 한참을 울었을까 목이 메말라 침조차 삼킬수없었다. 태형은 그제서야 아까부터 울리던 진동을 확인했다. 얼굴이 찡그려지더니 끝인줄알았던 눈물이 다시 가득차 흐르기시작했다. 전화를 받을수 없었다. 숨쉬기조차 버거워 거친숨을 헐떡되는 태형은 좀처럼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노을이지고 해가 질때쯤에야 태형은 그자리에서 일어날수있었다. 천천히 걸어가는 몸에는 힘이 조금도 없었다. 태형은 집에 도착할때까지 넋을 놓고걸었다. 그래서 집앞에 서있는 전정국을 보지못했다. 먼저봤다면 오지않을터였다. 아직 얼굴을 보기 버거웠다.  제집앞에 있는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정국은 태형의 얼굴을보고 놀라 단숨에 앞으로 다가왔다.





"박지민이 뭐라고했냐.?"





전정국은 지민을 만나 다 알고온듯했다.





"걔가 뭐라고했냐고"





태형이다시 흐를것같은 눈물을 참으려 숨을 참았다.





"김태형."


"지민이가....뭐래"





태형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이를 꽉물며 고개를 숙이는 김태형을 정국은 쳐다볼수밖에없었다. 털 끝하나 건들일수 없었다. 그만큼 김태형은 위태로웠고 안쓰러웠다. 금방이라도 바스라질것같았다. 곧이어 태형이 떨리는 고개를 들고 전정국을 똑바로 바라봤다.




"헤어지재"





애처롭게 붉어진 눈가는 아무렇지않은 전정국을 책망했다.













정국은 태형이 들어간후에도 발걸음을 뗄수없었다. 지금껏 거부따위 없었던 상대방에 익숙해 자신을 거부하는 김태형을 오기나 미련따위로 매달린게 아니었다. 박지민에게는 미안하지만 김태형한테는 무서울 정도로 언제나 진심이었다. 모든걸 희생할정도로 김태형에게 맞출각오가 되어있다. 박지민에게는 뺨맞을 경우까지 생각하고있었는데 예상외로 쉽게끝났다. 난 그저 김태형이 아프지않았으면 좋겠는데. 태형은 아직힘들어했다. 뭐 그것쯤이야 내가 보듬어 주면되겠지. 전정국은 정말 기분좋다는듯 웃음지었다.

















***








"전정국. "


"그만하자. 너도알잖아 나이런새끼인거"


"....전정국"


"응."





전정국은 냉정했다. 지민을 앞에두고도 아무동요없이 당당했다.





"왜 하필...태형이야? 왜 하필"


"너 김태형이름 입에올리지마"


"전정..."


"입에 올리지 말라고"





자신의 눈을 쳐다보는 전정국의 눈빛이 차가웠다. 정국이 거칠게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렸다. 사실 지민은 태형에게 도와주면 도와줬지 아무짓도 하지않을거라는걸 알면서도 자신을 필요이상으로 경계하는 전정국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개자식아 넌 나한테는 그지랄하더니 태형이한텐 달라붙는이유가뭐냐"


"난 너한텐 이제 안서. 김태형이 아니잖아"





지민이 어이없다는듯웃었다. 내가 저런새끼랑 1000일넘게 사귄게 보살이다.





"태형이는......."


"니 입으로 김태형 이름부르지말라고"





태형의 얘기만 나오면 매서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전정국은 자신의 입에서 태형의 이름이 나오는게 마음에 들지않는듯했다.





"됐고 넌듣기나해 전정국. 나랑사귈때 질투를 그렇게해주지 이제너랑은 끝이다 이나쁜새끼야 그리고 내가말할꺼야 헤어지자 전정국."


"그래."





대답하는 얼굴은 여전히 아무 동요없이 태연했다. 아마 나는 시작할때부터 우리관계의 끝을알고있었는지도 모른다.







전정국은 마지막까지 썅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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